형님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2004년이란 달력이 벽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제(3일) 형님 떠나신지 3년 5개월만에 처음으로 형님이 보고싶어 형님을 찾았습니다. 저는 형님께 새해를 맞은 인사와 최근의 산소 문제에 관해 말씀을 드렸는데, 형님께선 알아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의 산소 문제를 다시 정리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전에 시골에 갔을 때 우연하게 산소들을 둘러보는데, 증조할아버지 산소 앞에 푯말이 박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해수욕장 인근이라 관광 리조트 사업을 명분삼아 이장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련 업자와의 의논을 하기 위해 찾고 있으나, 만일의 경우 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100년 가까이 된 산소를 당장에 이장을 한다면 얼마 안되는 보상으로 적합한 부지를 마련하는 문제도 그렇고, 자리가 좋은지 나쁜지 하는 문제도 따르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현명한 결단이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인지 정답이 서질 않습니다.
형님 저에게 합리적인 대안과 용기를 가지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올해는 수필이가 좋은 배필을 만나서 장가 갈 마음을 가지도록 해 주십시오.
형님은 먼 곳으로 떠나셨지만, 남은 가족에게 만큼은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살아계시는 동안에도 맛있고 비싼 음식을 못드셨는데, 저승에서는 그런 음식들을 구경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살아계시는 동안엔 늘 생활이 찌든 삶이었는데, 그곳에선
행복하신지 궁금합니다. 맛있고, 풍족하고, 입는 것 조차도 남들 누리는 만큼 누리시지 못했는데 그곳 생활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친구들 많아서 좋으시겠지만, 얼마나 마음이 외롭습니까?
바쁜 공직생활에 자주는 못가더라도 이해는 해 주십시오. 형님이 보고싶을 때엔 언제라도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고향땅에 형님을 모실 날이 올 것입니다.
장손이셨던 형님이 못 다하신 일들은 오래 오랫동안 잘 매듭을 짓고 형님 곁으로 갈 것입니다.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해야 할 대상이 없습니다만, 마음속으로만 형님을 부르면서 의논 대상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구천에서라도 마음을 어지럽게 안할 것이니 부디 거절 마시고,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 주십시오.
저승에서라도 부디 건강하시고, 편안하게 지내소서.
남은 이에게도 좋은 일만 생기도록 해 주소서.
2004년 1월 5일 02시 12분
동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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