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한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날 처럼 오늘도 하늘은 눈부시고 햇살의 따사로움은 초겨울을 무색하게 합니다.
요즘은 문득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당신께서 이쁘하시던 어린 손녀딸 아연이가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 봐도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고 자주 투덜대곤 해서요.
지난 휴일에는 가족들이 아버지를 찾아뵈러 다녀왔습니다.
이제 제법 의젓해진 재원이는 분향실에서 손수 향도 피우고 절도 곧잘 합니다.
아연이는 할아버지께 편지쓰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진지하기까지 하더군요. 편지내용은 비밀이라 했지만 훔쳐본 글귀엔 삐뚤삐뚤한 글씨로 "할아버지
편한 세상에 가셔서 아프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토록 할아버지를 좋아하던 어린 손녀딸이 당신께서도 무척이나 그리우시리라 생각됩니다.
재원이는 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때면 다가와서 저의 눈을 유심히 쳐다보곤 얘기 합니다. "아빠 눈에 할아버지가 보인다"고... 그러면서 조용히 한숨내지으며 자릴 비키곤 합니다.
지난 주 고놈이 생일잔치를 했는데 친구들을 많이 초대하고서는 받았던 선물들을
할아버지께 자랑을 못해 아주 아쉬워 하더군요.
아버지...
유난히 손주놈들 이뻐하시고 정을 많이 주셨는데...
좀 더 자란 모습 보시고 즐거움 얻으시길 간절히 원했는데...
제가 못해드린 것들, 외람되나마 아이들 통해서라도 행복한 시간들이
길게 이어 졌으면 하고 바랐는데...
이제 정녕 가시고 안계시네요.
어제는 고속도로에서 차창을 열고 큰 소리로 아버지를 여러번 부르면서 약속 했습니다. 이제 아버지를 보낸 괴로운 마음과 그리고 아버지가 안계신 서러운 슬픔도 조금씩 삭이겠다고요....
지금 부터는 어머니와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만 되새기며 아버지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아버지 부디 편히 잠드소서....
언제나 저희를 지켜주시며 곁에 계시리라 믿습니다.
사무치도록 그리워 하는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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